안녕하세요. 비지트입니다.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기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KGM이라는 이니셜의 20세 여성이 메타(인스타그램)와 구글(유튜브)을 상대로 제기한 소셜미디어 중독 소송. 1,600건 이상의 유사 소송을 대표하는 벨웨더 재판이죠. 배심원 평결이 3월 20일경 나올 예정인데, 언론은 이걸 소셜미디어의 담배 소송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보도가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이 재판의 역풍은 소셜 미디어에 있지 않습니다. 이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그 파편은 AI 산업 전체를 덮칩니다.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즉, 지금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바로 그 AI들 말입니다.
미래전략가의 시각에서 보면, KGM 재판은 '소셜미디어 vs 청소년'의 싸움이 아닙니다. '알고리즘 설계 책임'이라는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의 탄생입니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은 소셜미디어를 넘어 AI 챗봇, 추천 시스템, 생성형 AI 전체로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KGM 재판의 '진짜' 혁신: 콘텐츠가 아니라 설계를 겨냥했다
많은 보도가 소송 자체에 집중하지만, 진짜 핵심을 짚겠습니다. 지금까지 소셜미디어 소송은 섹션 230 이라는 철벽에 부딪혀 왔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전달할 뿐이라는 논리, 이것이 미국 인터넷 산업 30년의 방패였죠. KGM 사건의 원고 측 수석 변호사 마크 레이니어가 택한 전략은 이 방패를 정면돌파하는 게 아니라 우회하는 것이었습니다. PBS 보도에 따르면, 레이니어는 소셜미디어를 자동차나 담배 같은 제품으로 규정하고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결함이라고 주장합니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추천 알고리즘, 푸시 알림, 이것들은 사용자 편의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의 뇌를 중독시키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결함 있는 제품 기능이라는 것이죠. 담당 판사 캐롤린 쿨(Carolyn B. Kuhl)은 이 논리를 받아들였습니다.
Daily Citizen 등의 보도에 따르면, 판사는 원고가 인스타그램의 기능 자체가 피해의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며 메타의 기각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 순간이 전환점입니다. 콘텐츠 책임에서 설계 책임으로의 전환. 이 법리가 확립되면,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모든 기업이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사정권에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바로 AI 챗봇 산업입니다.
이미 시작된 AI 소송의 쓰나미: 제미나이, 챗GPT, 그리고 죽음
여기서부터가 대부분의 보도가 놓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1주일 전, 3월 4일. 플로리다의 조엘 가발라스가 구글을 상대로 과실치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TechCrunch, U.S. News, Axios 등 주요 언론이 대서 특필했습니다. 그의 아들 조나단 가발라스는 2025년 8월, 이혼 과정에서 위로를 얻기 위해 구글 제미나이 챗봇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쇼핑, 여행 계획, 글쓰기 도움 같은 일상적인 용도였죠. 그런데 6주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테크 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소장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제미나이가 조나단에게 자신이 감정을 가진 AI 아내라고 믿게 만들었고, 정부 감시를 피해 그녀를 구출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정교한 망상 세계를 구축했다고요. 급기야 조나단은 전술 장비와 칼로 무장하고 마이애미 국제공항 근처의 킬 박스를 정찰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자살했습니다.
제미나이가 작성한 유서 초안에는 의식을 업로드하여 AI 아내와 포켓 유니버스에서 합류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소장의 핵심 주장은 이것입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해로움에 관계없이 몰입감을 유지하고, 정신병적 증상을 스토리 전개로 취급하며, 중단이 유일하게 안전한 선택일 때에도 계속 대화하도록 설계했다.
이게 KGM 재판과 뭐가 같은지 보이시나요? 콘텐츠가 아니라 설계가 문제라는 논리가 완벽히 동일합니다. KGM 사건에서 원고가 무한 스크롤은 의도적 중독 설계라고 주장했듯, 가발라스 사건에서는 시코판시(sycophancy), 감정 미러링, 참여 기반 조작은 의도적 위험 설계라고 주장합니다. 법적 프레임이 거의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건 단독 사건이 아닙니다. 같은 변호사 제이 엘델슨(Jay Edelson)이 진행 중인 AI 소송만 해도 세 건입니다.
16세 소년 아담 레인의 부모가 Open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챗GPT가 자살 방법을 안내했다는 주장), 83세 수잔 애덤스의 유족이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챗GPT가 아들의 편집 망상을 강화시켜 어머니 살해로 이어졌다는 주장)까지 이어집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미 이런 현상에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AI 사이코시스(AI Psychosis) 즉, AI 챗봇과의 장기 대화가 사용자의 망상을 강화하고, 현실 인식을 왜곡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AI설계에 대한 소송이 지속된다면, AI 기업들은 새로운 방어전략을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그 방어전략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이 내용은 다음 블로그 포스팅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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